2030세대의 결혼 조건: 부모 노후 대비와 자녀 부양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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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세대의 결혼 조건: 부모 노후 대비와 자녀 부양의 현실

Finance66 2025. 2. 15.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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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역 인근에서 오랜 기간 노숙 생활을 하던 60대 여성 이야기가 있었다. 독특하게도 이 여성은 한국 태생이지만 미국 시민권을 가지고 있었다. 지인들을 통해 어렵게 연락이 닿은 그녀의 미국 국적 딸은 자신이 살고 있는 현지에서 정부 공적 지원을 받아 어머니를 돕는 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딸은 본인 집에 어머니가 “발을 들여놓는 것만은” 완강히 거부했다. 분명 혈연관계임에도 더 이상 전통적 가족 부양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쿨한 현실이 이미 해외에서는 흔한 일이었고, 이제 한국에서도 점차 보편화되고 있다.

 

얼마 전 화제가 된 기사를 보면, 실제로 요즘 결혼 시장에서 MZ세대가 중요하게 따지는 조건 가운데 ‘부모 노후 대비 여부’가 빠지지 않는다고 한다. 서로의 직업이나 연봉 같은 개인 능력 외에, 상대방 부모가 은퇴 후에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을 정도로 경제적으로 독립해 있느냐는 점을 뚜렷이 확인한다는 것이다. 공기업 직원이 예비 배우자의 부모님이 기초생활수급자라는 사실을 알고 결혼을 망설이거나, “월급 1000만 원을 받는 30대 남성인데 매달 부모에게 200만 원씩 드려야 한다”고 호소하는 글에 “앞으로 500, 700만 원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 섞인 댓글이 쏟아지는 장면 등은 이제 그리 낯선 모습이 아니다.

 

실제 의정부역 노숙 생활을 하던 그 어머니가 딸과 재회한 뒤, 주거지는 정부 지원으로 마련되고 일상 비용 역시 사회 시스템을 통해 충당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개인 집에 함께 사는 것은 딸이 거절했다. 이 사연은 상당히 충격적일 수 있지만, 이미 선진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족 간 분리 형태다. 한국에서도 노인 빈곤 문제가 심각해지고 결혼·출산 연령이 늦어지면서 “부모가 스스로 노후를 준비해야 자녀의 삶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강해지는 추세다.

 

특히 MZ세대가 처한 현실을 보면, 이들의 가장 큰 공포는 불확실성이다. 경기가 좋지 않고, 물가가 높아지며, 언제까지 직장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보니 “부모 노후를 우리 부부가 부담해야 할 가능성” 자체가 주저의 원인이 된다. 결혼 준비 과정에서 서로의 ‘집안’을 따질 때, 이제 과거처럼 부모의 직업이나 지위보다 “앞으로 자식이 떠안을 빚이 있는지, 의료·간병비 같은 돌발 부담이 생기진 않을지” 등 구체적인 부분이 중요한 판단 지표가 됐다.

 

물론 한국적인 정서에서 자녀가 부모를 ‘모른 척’하거나, 부모가 성인 자녀를 ‘냉랭하게 대하는’ 모습을 상상하기 쉽지 않다. 부모 세대는 자녀 교육에 거의 모든 비용과 열정을 쏟아붓고, 결혼 자금까지 보태주는 경우가 흔했다. 그래서 노후 자금이 충분치 못해 자녀에게 도움을 기대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인구 구조가 바뀌고 사회 안전망도 조금씩 변하면서, 이제는 “부모도 자녀도 서로에게 큰 부담을 주지 않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더 안전한 삶의 방식으로 부각되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통계에 따르면 노후 생활이 “넉넉하다”고 답한 은퇴 가구는 10% 정도에 불과하고, 절반을 훌쩍 넘는 57%는 생활비가 부족하다고 했다. 거기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OECD 평균의 약 3배에 달해 40%에 가깝다. 정부가 마련한 기초연금, 기초생활보장제도 등이 있지만, 여전히 의료·간병비 등 고액 지출이 필요한 상황에서 이 정도 지원만으로는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런 경제 환경에서 ‘부모 노후 대비’를 부부의 5대 혹은 3대 결혼 조건 중 하나로 삼는 MZ세대의 모습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현장에서 들려오는 다양한 사례들을 살펴보면, “부모님 연금 액수가 어느 정도인지”를 서둘러 확인하는 건 기본이고, 상가나 부동산이 있다고 해도 현금 흐름이 안정적인지, 대출은 얼마나 남아 있는지까지 꼼꼼히 물어본다. “아직은 부모도 건강하시니 걱정이 없다”는 말만으론 충분치 않다는 분위기다. 만약 배우자 부모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면, 당장 결혼에 미치는 영향도 크고, 결혼 후 늘어날 각종 부담도 예견하기 어렵다.

 

이렇듯 부모 부양의 어려움이 커지는 배경을 보면, 앞으로 의정부 노숙인 여성처럼 자녀와의 정서적 유대가 희미해지거나, 공적 복지 제도에만 기대 노후를 보내는 사람이 더욱 늘어날 수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게다가 60~70대 베이비부머들은 중·고령자가 되면서 노동 시장에서 빠져나가고, 자녀 세대의 구조적 저성장 시대와 맞물려 “가족이 노후를 책임져주기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다.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노인 빈곤율을 낮출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더 많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국민연금 개혁이나 기초연금 확충, 양질의 노인 일자리 창출 등이 뒤따라야, 개인 가정에서 발생하는 갈등도 어느 정도 완화될 수 있다. 자녀 세대의 희생적 부양만을 강조하던 예전 방식으로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음을 많은 사람이 깨닫는 분위기다.

 

아래 표를 통해 2030 세대가 생각하는 ‘부모 경제 지원’ 및 ‘결혼 시 부모 노후 대비’에 대한 인식을 간단히 살펴보자.

항목 주요 응답 결과
“자녀가 부모를 경제적으로 지원해야 하는가?” 그렇다 30% / 그렇지 않다 70%
“결혼에서 부모 노후 대비가 차지하는 비중” 매우 크다 50% / 어느 정도 중요 40% / 중요치 않다 10%

여기에 더해, 부모 세대도 자녀에게 크게 기대기보다는 스스로 노후를 대비하고, 자녀와는 필요한 부분만 서로 소통·지원하면서도 일정 선을 지키는 방향이 점차 일반화될 것으로 보인다. 의정부역 노숙자 사례처럼, 미국에서 생활하던 딸이 “같이 살 순 없지만, 제도 안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는 식의 ‘선진국형 가족 관계’가 오늘날 한국에도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누군가는 이를 “정이 없다”고 비판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부담을 줄이는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부모와 자녀 모두가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해 각자의 ‘경제적 독립’을 중시하는 사회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노부모가 자녀와 함께 사는 풍경이 극히 드물어지고, 국가와 지역사회가 제공하는 복지 서비스로 노후를 영위하는 일이 일상이 될 것이다.

 

결혼을 앞둔 젊은 세대가 상대방 부모의 자산·부채·연금 상황을 꼼꼼히 따지는 현상, 그리고 자녀가 성인 부모를 돌봐야 한다는 전통적 관념이 희미해지는 흐름은 이미 시작되었다. 의정부 노숙 여성의 사례처럼 극단적인 모습도 드물지 않게 등장하고 있다. 어쩌면 누군가에겐 씁쓸하고 서글픈 모습이겠지만, 새로운 현실을 반영하는 일면인 것도 사실이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서로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사회적 안전망을 촘촘히 갖추는 일이다. 노후 대비의 무게를 한 가정이나 자녀에게만 전적으로 지울 수 없다는 점이 분명해진 시대, 의정부역 노숙인의 사연과 MZ세대 결혼시장의 새로운 풍속도가 그 사실을 웅변하고 있다. “자녀도, 부모도 각자도생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개인의 노력과 함께 공적 지원 시스템의 확충, 그리고 사회 전반의 인식 전환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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