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인 2024년을 돌이켜보면, 사실 별다른 여유가 없었다. 코로나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되면서 사회가 다시 숨통을 트는 듯했지만, 경기 회복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체감 경기는 그리 밝지 않았다. 주위에서 시작된 크고 작은 사업들은 투자 대비 이익이 기대만큼 나지 않아 고전하는 사례가 많았고, 개인 소비도 눈에 띄게 위축되었다. 뉴스나 인터넷 매체에서 경기 회복을 말할 때마다 “대체 그 회복이 어디에 있느냐”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는데, 내 주변 사람들은 아직도 월급이나 자영업 수입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2024년 한 해 동안, 나 역시 커다란 돌파구 없이 하루하루 성실히 직장에 다니는 게 전부였다. 50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언젠가 가까운 시점에 퇴직을 하게 될 텐데 그 이후 내 생활을 어떻게 꾸려가야 할지 늘 막막했다. 집에서는 조심스럽게 “은퇴 후 뭐 하고 싶으세요?”라는 질문이 오갈 때마다, 뭔가 말할 순 있어도 구체적인 계획은 없고 그저 모호한 희망 사항만 늘어놓는 내 모습이 답답할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삶 전체를 통틀어 ‘은퇴’라는 전환점을 체계적으로 준비한 적이 없었고, 막상 시기가 다가오니 경제적으로나 체력적으로 부담되는 것이 많았다.
2025년이 시작되면서, 나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한층 더 심각한 불안감을 느낀다. “내년에 경제가 더 어려워질 것이다”, “물가도 오를 것이고, 금리도 안정될 것 같지 않다”는 식의 관측이 곳곳에서 들린다. 매체에서 매일 다루는 각종 지표를 보더라도, 내년에는 세계적으로나 국내적으로 경기 침체가 더욱 가시화될 거라는 말이 심심찮게 나온다. 경기가 침체되면 일자리 사정도 더 나빠지고, 직장을 그만두는 시점에 맞춰 안정적으로 투자나 재취업을 하려는 계획이 더욱 힘들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보다 조금 앞서 은퇴를 고민하던 선배들은 이미 몇 가지 선택지를 모색하고 있었다. 어떤 이는 “중소도시로 이주해서 작은 집을 구하면 그나마 주거비라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계획을 세우기도 했고, 또 다른 이는 퇴직금의 일부를 모아 자영업으로 노년 생계를 이어가는 걸 고려하기도 했다. 문제는 지금 시점에서 자영업을 시작하는 건 쉽지 않다는 점이었다. 코로나 이후로 온라인 시장이 크게 성장하면서, 기존의 오프라인 상권에는 공실(空室)이 늘어나고, 매출의 하향세가 고착화되는 분위기다. 임대료와 운영비, 인력 고용 비용을 감안하면 오프라인 매장만으로 승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그렇다고 온라인 시장에 뛰어든다고 해도, 이미 경쟁이 치열할 대로 치열해져서 새로 진입하기에는 또 다른 부담이 뒤따른다. 어느 쪽이든 간단한 결정이 아니었다.
아직 직장을 다니고 있는 나도 하루가 멀다 하고 이런 저런 고민이 밀려온다. 중소기업에서 관리자로 일한 지 20년이 훌쩍 넘었고, 사업 환경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실무적으로 많이 겪어왔지만, 그렇다고 내 사업을 꾸릴 정도로 여유 자본이 넉넉한 것은 아니다. 더구나 나도 50대 중반, 체력이 점차 떨어지는 걸 느낀다. 퇴근 후 집에 오면 허리가 결리고, 가끔은 심장 두근거림까지 느껴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아본 적도 있다. 의사는 “큰 병은 아니지만 나이가 드니 건강 관리를 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 말이 참 당연하면서도, 내게는 현실적으로 두렵게 들린다. 내년 혹은 내후년에 회사를 그만두고 무언가 새로운 일을 한다면,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몸을 써야 할 텐데, 체력이 따라주지 않으면 그조차 쉽지 않을 테니까.
게다가 퇴직 이후의 현실을 생각하면 여러 부담이 한꺼번에 몰려온다. 우선 퇴직금이 있을 테지만, 집을 담보로 잡혀 있는 대출이나 아이들의 학비·결혼 자금 등을 고려하면, 그 퇴직금을 은퇴 후 생활비의 안전판으로만 사용하기 어렵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작은 사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요즘처럼 변동성이 심한 사회환경에서 하다못해 작은 음식점 하나만 열어도 인테리어, 초기 물품 비용, 오픈 마케팅 등 최소한 몇천만 원 이상의 자본이 필요하다. “돈이 있어야 돈을 번다”는 진리가 새삼 뼈저리게 느껴진다.
직장을 조금 더 다니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문제는 그 직장 자체가 안정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속한 회사는 수출길이 막히고, 내수 경기가 살얼음판이 되면서 점점 비용 절감을 요구하고 있다. 사내 분위기가 예전만 못하고, 관리직인 나에게도 인건비 절감 방안이나 비효율 구조 개선을 압박해 온다. 상부에서는 정년까지 보장해준다고 말은 하지만, 솔직히 지금도 구조조정 이야기가 공공연히 오가는 마당에,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상황이다. 미래를 위해 더 다니고 싶어도, 그 미래가 보장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더 걱정스럽다.
한동안 마음 한켠에는 “어차피 머지않아 퇴직할 것이니 미련 없이 접고 다른 길을 찾아보자”는 생각도 있었다. 그렇지만 수십 년 가까이 얽혀 있던 직장 생활을 실질적으로 정리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인간관계와 사회적 지위, 그리고 꾸준히 들어오는 월급이라는 익숙한 안정감이 내 판단을 자꾸 흐리게 한다.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는 게 옳다고 느끼면서도, 막상 결행을 하려면 두려움이 크게 몰려온다. 한마디로, 내 마음이 갈팡질팡하며 시도도 못 해보고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다.
주변을 살펴봐도, 나와 비슷한 나잇대 사람들은 대부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회사에서 정년까지 남은 기간이 채 5년도 안 되는데, 퇴직하면 바로 생활고에 시달릴 것 같다. 은퇴 이후의 삶이 마치 끝이 보이지 않는 긴 어둠처럼 느껴진다는 이도 있다. 누군가는 이미 부모님을 모시던 중에, 자녀 교육비나 결혼 자금까지 부담해가며 사실상 ‘내 생활비’를 아껴 써야 하는 형편에 놓여 있다. 정말 막막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점점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은, 단지 개인의 게으름이나 준비 부족 때문만이 아니라는 게 내 생각이다. 사회 전반적으로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경제는 침체 국면에 접어드는 것처럼 보이는데, 정부의 정책이나 기업의 움직임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도 않다.
이제 2025년, 본격적으로 고물가와 저성장이 겹치면서 더 힘든 시기가 올 거라는 예측에, 나도 그렇고 주위 사람들도 긴장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역시 예전처럼 집값이 무조건 오른다는 공식이 깨졌고, 사람들이 소비에 앞서 주머니를 단단히 닫아버리는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내가 회사를 그만두고 무언가 작은 사업을 시작한다고 가정했을 때, 손님들이 적극적으로 소비에 나서지 않는 이런 상황에서 이익을 내려면 대체 무슨 차별점을 가져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기술 시장에서도 새로운 서비스와 혁신이 쏟아지긴 하지만, 그만큼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보니 내가 그 속에 들어가 발붙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자본이나 네트워크가 풍족한 젊은 창업가들도 쉽지 않은 판국에, 50대 중반인 내가 실무적으로 뛰어들어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이럴 때 어쩌면 가장 합리적인 방안은, 일단은 소소한 투자나 부업부터 시도해보면서 시장 흐름을 파악하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부업을 병행할 만한 체력적·시간적 여건도 간단치 않다. 회사 업무는 날이 갈수록 바빠지고, 회사가 비용 절감을 위해 인력 충원을 하지 않아 기존 직원들이 1인당 더 많은 일을 떠맡게 되는 추세다. 주말에 혹여 알바나 무언가를 해볼까 싶어도, 그 주말에라도 쉬지 않으면 내 몸이 견디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본격적으로 은퇴하기 전까지는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는 자기합리화 속에서 세월이 흘러가고 있다.
가끔은 요즘 유행하는 ‘지방 도시로의 이주’를 진지하게 검토해보기도 한다. 대도시에 살다 보면 각종 생활비가 높아서 매번 허리가 휜다. 차라리 조금 한적한 지역으로 옮겨가서, 집값이나 월세 부담도 줄이고, 텃밭이나 소소한 창업 등을 하며 지내면 어떨까 하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지방 도시라고 해서 생활이 마냥 쉬운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지역 경제가 이미 침체된 경우가 많아 일자리도 마땅치 않고, 농촌으로 들어간다고 해서 농산물 판매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이미 지방 소멸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곳이 많다. 혼자 내려가면 외롭고, 여러 조건이 맞물려 예상치 못한 비용이 더 발생할 수도 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아직 이렇다 할 해결책을 찾아내진 못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어쩌면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가 겪는 시대적 문제라면, 결국 어느 방향으로든 흐름이 다시 변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희망도 생긴다. 예를 들어 과거에도 경제가 안 좋았던 때가 있었지만, 결국은 누군가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면서 그 속에서 기회를 포착하는 이들이 나오지 않았나. IT나 서비스 시장을 보면 매일같이 새로운 플랫폼과 기술이 생겨나고, 사람들은 또 그에 발맞춰 소비 형태를 바꾸면서 살아왔다. 내가 못 잡는 기회가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길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막연한 희망보다 우선순위가 높은 건 ‘어떻게든 당장 생계를 유지하고, 은퇴 이후에도 최소한의 고정 수익원을 마련하는 것’이다. 아직 집에 남아 있는 대출을 다 갚지는 못했지만, 직장 퇴사 후에도 월별 고정 지출을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수익이 필요하다. 그래서 보험 설계사나 중고 온라인 판매, 소규모 유통업 등에 관해 조금씩 정보를 모으고 있다. 기왕이면 체력 부담이 덜한 일, 또 초기 자본이 크게 들지 않는 일을 찾는 게 관건이다. 이러한 부업이나 소규모 창업이 내게 실질적인 대안이 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만 보내는 것보다는 나을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그와 동시에 건강 관리도 놓치지 않으려 애쓴다. 아침저녁으로 가벼운 스트레칭이나 걷기를 하면서 혈압과 심박수를 체크하고, 주말에는 오래된 친구들과 등산을 가기도 한다. 땀을 빼고 나면 마음 한구석에 쌓였던 답답함이 조금이나마 풀린다. 몸을 움직이며 ‘어쩌면 내가 은퇴 후 가장 집중해야 하는 건 나 자신을 돌보는 일일지도 모르겠다’고 새삼 느낀다. 건강이 없으면 결국 어떤 계획도 무용지물이 될 테니까. 나이에 비해 과체중인 편이라 식단도 조금씩 조절하고 있다. 예전 같으면 대수롭지 않게 넘긴 생활습관들이 이제는 하나하나 생존과 직결된 듯한 기분이 든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반세기 넘는 세월을 돌이켜보면, 그럭저럭 잘 헤쳐나온 편이라고 자위하곤 했다. 어려운 시절도 있었고, 돌파구가 보이지 않던 순간도 있었다. 그럼에도 결국 여기까지 왔는데, 지금은 또 다른 국면을 마주하고 있다. “50대 중반, 은퇴를 앞둔 시점에 주어진 선택지들이 이렇게도 막막한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 때면 솔직히 마음이 무겁지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할 상황인 듯하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내가 여태껏 쌓아온 경험과 인맥, 그리고 저축해둔 조금의 자본이 언젠가 빛을 발할 기회가 올 거라는 희미한 기대를 붙잡고 있다.
나를 포함해 동료, 친구, 가족까지 전부 예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야 하는 시점에 접어든 것 같다. 누구나 온라인 시장의 확대나 인공지능, 자동화 등을 예견하고 있었지만, 막상 그 변화가 본격화되니 준비가 부족했다고 느낀다. 기업 현장에서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거나, 일부 직원들을 프리랜서 형식으로 바꾸는 일이 비일비재해졌다. 개인도 앱과 플랫폼을 활용해 부업을 하는 시대가 되었지만, 그 경쟁 역시 만만치 않아 시간을 쪼개 일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2025년 이후에도 이런 변화는 계속될 텐데, 과연 내가 이 변화를 잘 따라갈 수 있을지 스스로가 믿기지 않을 때도 있다.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다. 내 가족과 나 자신, 그리고 은퇴 이후의 삶을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 이제 내 나이가 젊다고 볼 순 없지만, 세상에서 완전히 배제될 정도로 늙은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간 쌓아온 사회 경험과 판단력을 바탕으로, 조그만한 틈새 시장이라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내 지인이 50대 후반에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을 활용해서 수익을 내는 모습을 보았다. 처음에는 취미 삼아 오래된 LP판이나 서적들을 팔기 시작했는데, 점차 그 수익이 늘어나 지금은 그 활동만으로 월세와 생활비를 충당한다고 한다. 물론 운도 따랐겠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걸 연결해 뭔가를 이뤘다는 점이 무척 부러웠다.
나도 그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소소하나마 내 생활과 취미를 연결하는 부업 아이디어를 몇 가지 적어 두었다. 문제는 실제로 실행하려면 컴퓨터 활용 능력을 더 높여야 하고, 모바일 플랫폼 사용법도 익숙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저런 공부를 병행하자니 직장 생활과 병행하기가 버겁고, 체력과 시간을 어디에 분배해야 할지 고민된다. 현재 직장에서 스트레스가 쌓이다 보면, 내가 하려는 작은 부업조차 의욕이 사라지는 순간이 온다. “나이 먹고 괜히 나서는 거 아니야?” “내가 잘할 수 있을까?”라는 부정적인 생각들이 발목을 잡는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으면서 다시금 용기를 내기도 한다. 특히 같은 세대의 친구들이 “지금부터라도 뭐라도 하나씩 해보자.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5년 뒤, 10년 뒤가 더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해줄 때 큰 힘이 된다. 잘될지 안 될지는 지금 예단할 수 없지만, 결론적으로 스스로를 믿고 도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게 분명하다. 은퇴 준비는 수학 공식처럼 딱딱 떨어지는 정답이 있는 게 아니니까, 남들보다 늦어도 하나씩 착실히 도전해보는 수밖에 없다.
지난 시간을 되짚어볼수록 ‘아, 내가 좀 더 어렸을 때 준비를 했으면 이렇게까지 고민하지 않았을 텐데’ 하는 후회도 커진다. 하지만 후회 속에 머무른다고 시간이 거꾸로 가지는 않는다. 작년인 2024년과 올해 흐름을 보아하니, 세상은 더욱 가파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그리고 금년부터는 좀 더 혹독한 경기 침체와 기술 경쟁이 가속화될 것이고, 일자리가 더욱 제한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같은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이는 새로운 분야로 과감히 뛰어들어 성공을 거두고, 또 누군가는 기존 일자리에서 최대한 버티며 안정적으로 살아갈 길을 찾을지도 모른다.
나는 아직 확고한 계획은 없지만, 적어도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선택지만은 피하려고 한다. 그게 결과적으로 내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으니까. 은퇴가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지금까지 해온 생각들을 조금 더 구체화해볼 생각이다. 당장은 작은 것부터라도 시도해볼 것이고, 내게 맞는 형태의 창업이나 온라인 사업 아이템을 찾는 데 시간을 할애할 것이다. 무엇보다 건강을 지키면서 할 수 있는 무리 없는 형태가 중요하다. 만약 그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지방 도시에서 임대료가 저렴한 주거 공간을 알아본 뒤 온라인으로 일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볼지도 모른다.
어쨌든 2025년 이후, 은퇴자에게 주어질 현실이 장밋빛 전망은 아닐 것이 자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나씩 찾아보며 버티다 보면, 언젠가는 조금씩 길이 열리지 않을까. 막막함은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지난 2024년의 시간을 되돌아볼 때, 내가 가장 후회하는 건 “무언가에 도전하지 않았다”는 점보다는 “도전하기도 전에 스스로 포기했다”는 장면들이었다. 이제는 그런 후회를 반복하고 싶지 않다. 다른 사람들의 사례도 참고하고, 내 가족과 상의하면서, 작은 변화를 이어갈 준비를 해나갈 것이다.
퇴직 이후의 삶이 새로운 출발점이 되길 바라며, 손에 잡히는 대로 지금부터라도 배우고 부딪혀볼 생각이다. 분명 사회와 경제가 쉽지 않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지만, 그 속에서도 누군가는 방법을 찾아내고 있다. 나 역시 그 누군가처럼, 한 걸음씩 새로운 길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지 모른다. 다행히 아직 완전히 늦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루하루 직장에서 일을 마치고, 건강을 챙기며, 밤에는 온라인 강의나 책을 조금씩 챙겨보면서 다음 단계를 고민한다. 그런 불안과 기대가 뒤섞인 나날들이 이어질 테지만, 그래도 이 막막함을 헤쳐 나가기 위해 오늘도 나는 한발 앞으로 걸어가려 한다. 그 길의 끝이 어디일진 몰라도, 적어도 내 스스로가 내 인생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런 작은 움직임이 지금 나에게 최선이라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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