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전략적 비트코인 비축: 자유의 화폐인가, 국가의 도구인가?

비트코인

트럼프의 전략적 비트코인 비축: 자유의 화폐인가, 국가의 도구인가?

Finance66 2025. 1. 22. 11:59
반응형

최근 미국 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비트코인(Bitcoin)을 국가 전략적 자산으로 편입하려 한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비트코인 커뮤니티와 전 세계 금융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흔히 ‘자유의 화폐(Freedom Money)’로 불리는 비트코인이 과연 거대 권력의 도구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점차 현실성을 얻어가는 중이다. 트럼프가 취임 직후부터 비트코인을 “전략적 비축 자산(Strategic Bitcoin Reserve, 이하 SBR)”으로 삼겠다고 밝힌 것은 분명 대담한 행보로 보인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검열 저항성(censorship resistance)’과 ‘분산화(decentralization)’라는 비트코인의 핵심 가치가 흔들릴 수 있는 복합적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어느 날 저녁 뉴스를 시청하다가 “트럼프 행정부, 비트코인 채굴 세계 1위 노린다”라는 헤드라인이 눈에 들어왔을 때, 솔직히 처음에는 흥미로운 전략 정도로만 여겼다. 국가 주도로 비트코인을 보호하거나 매입한다는 아이디어가 한편으로는 비트코인 기술을 인정하고 양성화하는 좋은 시도로도 볼 수 있으니까.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미국이 제재 수단이나 거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네트워크에 개입한다면, 정작 비트코인이 갖고 있던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검열이 어려운 탈중앙화 자산’이라는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자율권을 일부 희생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딜레마에 빠진 기분이었다.

 

1. 트럼프의 전략적 비트코인 비축(SBR)이란?

트럼프 행정부가 비트코인을 전략적 자산으로 보겠다는 발상은, 국가가 금을 금고에 쌓아두듯 비트코인을 대규모로 매입·보유하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일부 정치인들은 이를 통해 미국 경제의 부채 문제를 해결하고, 달러 중심의 국제 금융 질서가 흔들릴 때 대비책으로 삼으려 한다고도 말한다.

  • 경제 안정성: 비트코인의 희소성과 디지털 특성은 ‘디지털 금’으로 불릴 정도로 투자자들의 신뢰를 받고 있다.
  • 국가 위상 강화: 미국이 ‘세계 비트코인 채굴 1위 국가’가 되면, 전 세계적 영향력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다.

문제는 이렇게 국가가 대규모로 개입할 경우, 네트워크 상에서 막대한 해시 파워(채굴 능력)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곧 특정 거래를 검열하거나 우선순위를 조정할 수 있는 강력한 영향력이 된다는 뜻이다.

 

2. SBR이 가져올 경제적 이점과 그 이면

트럼프를 비롯해 마이클 세일러(Michael Saylor) 같은 비트코인 옹호자들은, 미국이 비트코인을 전략적으로 비축하면 다음과 같은 장점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1. 국가 부채 절감 효과: 비트코인이 장기적으로 가격이 상승한다면, 매입 원가 대비 막대한 차익을 얻을 수 있어 재정에 보탬이 될 수 있다.
  2. 디지털 자산 시장 선도: 비트코인과 연계된 블록체인 기술을 국가적으로 육성함으로써, 암호화폐 및 디지털 금융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할 수 있다.
  3. 전략 자산으로서의 안정성: 금과 달리 물리적 보관이 필요 없고, 국경을 초월한 결제가 가능하므로 위기 시 국제 거래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장점 뒤에는 ‘자유’와 ‘투명성’에 대한 의문 부호가 따라온다. 강력한 국가 권력이 네트워크를 장악하거나, 법·제도를 통해 특정 거래를 막을 수 있게 된다면, 그 순간 비트코인이 지닌 탈중앙화된 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

 

3. 자유의 핵심 가치: 검열 저항성과 분산화

비트코인을 ‘자유 화폐’라고 부르는 이유는, 정부나 중앙기관 없이 P2P로 거래가 이루어지고, 원칙적으로 어떤 검열이나 제재도 받기 어려운 구조를 가졌기 때문이다.

  • 검열 저항성: 트랜잭션이 블록체인에 기록되는 순간, 이를 임의로 삭제하거나 변경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 분산화: 전 세계 채굴자와 노드 운영자들이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지탱하기 때문에, 특정 국가가 마음대로 통제하기 어렵다.

그러나 국가 차원에서 압도적 해시 파워를 확보하거나, 채굴 풀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서 특정 거래를 제외시키도록 강제한다면(예: OFAC 준수 블록), ‘검열 저항성’은 무색해진다. 이미 2021년에 마라톤(Marathon) 같은 대형 채굴 업체가 ‘OFAC 준수’라는 명목으로 특정 주소나 국가 관련 거래를 거르려 한 사례도 존재했다. 이는 비트코인이 원래 추구했던 탈중앙화의 원칙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4. 제도화와 규제: 비트코인을 위협하는 움직임

비트코인이 하나의 거대한 산업으로 성장하면서, 기존 금융 시스템의 규제 틀 안으로 점차 흡수되고 있다. 국가들은 자금세탁방지(AML)나 고객신원확인(KYC) 등을 이유로 암호화폐 거래소, 채굴 풀, 지갑 서비스 등에 규제 강도를 높이고 있다.

  • 글로벌 규제의 확장: 미국의 해외자산통제국(OFAC), FATF(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 등은 글로벌 금융 규범을 주도한다. 이들은 암호화폐 거래에서도 기존 금융과 같은 수준의 규제와 관리를 요구한다.
  • Wallet 소프트웨어의 규제: 지갑 소프트웨어 개발사, 노드 운영자까지도 ‘Crypto Asset Service Providers’로 분류되어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 거래 검열 가능성: 네트워크상에서 ‘제재 대상 국가’의 거래나 ‘범죄 조직’ 소유 지갑을 ‘불법 거래’로 분류해, 채굴자가 거래를 거부하도록 만드는 방식이 확대될 위험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SBR을 매입하고, 채굴 인프라를 ‘국가 전략 시설’로 규정한다면, 결국 블록체인 네트워크 차원에서 미국 정부의 의지가 크게 반영될 가능성이 커진다.

 

5. 국제적 파장과 Tether의 역할

비트코인과 함께 주목받는 것이 바로 테더(Tether) 같은 스테이블코인이다. 테더는 발행량에 비례해 미국 국채를 대거 매입해 왔고, 이 과정에서 막대한 이익을 누리고 있다.

  • 글로벌 금융 불안의 역이용: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인플레이션이 심한 나라에서 자본 도피 수단으로 쓰이기도 한다.
  • 미국 국채 수요 증가: 테더의 준비금 다수가 미국 국채에 투자되며, 이는 미국 입장에서는 국채 수요를 안정적으로 확보한다는 뜻이 된다.

결과적으로 미국이 비트코인 채굴을 지배하고, 테더 같은 스테이블코인까지 규제 및 활용한다면, 달러 패권에 이어 ‘비트코인 채굴 패권’까지 장악하는 복합적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이는 비트코인이 본질적으로 지향했던 ‘탈중앙적 통화 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6. 사례를 통해 본 미국의 금융 규제 영향력

미국은 이미 여러 차례 해외 암호화폐 기업에 대한 강력한 제재 조치를 실행해 왔다.

  • 비츠라토(Bitzlato) 사례: 2023년 1월, 미국 재무부는 홍콩 소재 비츠라토를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해 국제 거래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도록 만들었다.
  • 칩믹서(ChipMixer) 폐쇄: 암호화폐 자금 세탁에 악용되는 믹서 서비스를 미국과 독일 당국이 합동으로 폐쇄시키기도 했다.

이런 전례들을 볼 때, 미국이 국가 차원에서 비트코인 채굴과 비트코인 네트워크 관련 기업을 직접 관리·감독하기 시작하면, 비트코인의 무정부적 성격은 상당 부분 훼손될 것으로 예상된다.

 

7. SBR에 대한 엇갈린 시각

비트코인 SBR을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둘로 나뉜다.

  1. 긍정적 시각
    • 비트코인의 제도권 편입이 빨라지고, 전 세계적으로 암호화폐에 대한 신뢰가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 기관투자자와 거대 자본의 참여로 비트코인 가격이 더욱 안정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국가 차원의 관리·감독이 강화되면, 사기·해킹·불법 자금세탁 등에 대한 억제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2. 부정적 시각
    • 비트코인의 탈중앙화 원칙이 흔들릴 수 있으며, 거래 검열이나 주소 차단 등의 사례가 잦아질 수 있다.
    • 일개 국가가 비트코인 해시 파워를 과도하게 장악하게 되면, 네트워크 안정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
    • ‘중립적 글로벌 자산’이어야 할 비트코인이 특정 국가의 정치·외교적 수단으로 변질될 위험이 있다.

 

8. 자유를 지키기 위한 법·제도 개선 논의

미국 내부에서도 개인의 금융 프라이버시를 지키고, 탈중앙화 화폐의 가치를 보존하려는 노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 Saving Privacy Act: 2024년 9월, 마이크 리(Mike Lee) 상원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은 은행보안법(Bank Secrecy Act)의 과도한 보고 의무를 완화하고, 미국인의 금융 데이터 보호를 강화하자는 취지로 제안되었다.
  • IEEPA(국제긴급경제권법) 개정 논의: 대통령이 ‘국가 비상사태’에 경제활동을 규제할 권한을 부여하는 IEEPA가, 암호화폐 분야에도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일부 의원들이 개정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처럼 국가 안보와 금융 프라이버시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는 시도가 진행 중이지만, 실제 입법으로 이어져서 실질적인 보호 장치가 마련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9. 비트코인은 어디로 갈 것인가?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전략적 비트코인 비축은 분명 ‘비트코인 채택’이라는 측면에서 빠른 성장을 촉진할 수도 있다. 국가 차원의 대규모 투자는 시장에 신뢰를 부여하고, 비트코인 인프라의 확장을 견인하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이 곧바로 비트코인이 꿈꾸던 ‘자유’와 ‘분산화’의 구현과 연결될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대규모 자금과 강력한 규제 권한을 지닌 정부가 참여함으로써, 기존의 금융 시스템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차별’과 ‘검열’이 블록체인 위에 그대로 투영될 수 있다.

 

특히 채굴 분야에서 미국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게 되면, 특정 지갑 주소를 검열하거나 거래를 블록에 포함시키지 않는 식의 ‘네트워크 수준 검열’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거래 수수료나 처리 우선순위를 제도적·정치적 기준에 따라 결정하는 순간, 비트코인이 추구해 온 ‘오픈 네트워크’라는 이상은 크게 훼손된다.

 

10. 개인과 커뮤니티의 대응 방안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대응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까?

  1. 분산화된 채굴 생태계 유지
    •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근간은 다양한 국가와 개인 채굴자가 골고루 분포되어 있을 때 가장 안정적이다.
    • 대형 채굴 풀에 의존하기보다는, 소규모 채굴 풀이나 개인 채굴 참여를 독려하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2. 노드 운영 활성화
    • 단순 투자자에 머물지 않고, 직접 노드를 운영함으로써 네트워크 검열에 맞서는 개인·단체가 늘어나야 한다.
    • 노드를 통해 거래를 직접 검증하고 블록체인 역사에 대한 독립적인 확인 과정을 확보할 수 있다.
  3. 프라이버시 보호 기술 연구
    • 코인조인(CoinJoin), 라이트닝 네트워크(Lightning Network) 등의 프라이버시 강화 기능을 확대해, 거래 검열 및 추적에 대한 저항력을 높일 수 있다.
    • 규제를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합법적 프라이버시’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며 제도권에서도 이를 논의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4. 거버넌스 및 법안 개정 참여
    • 개인 투표권, 시민 단체, 로비 단체 등을 통해 암호화폐 관련 법안이 일방적으로 통과되지 않도록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 규제 기관과의 대화를 이어가며, 과도한 제재가 기술의 발전과 개인의 자유를 해치지 않도록 조정할 필요가 있다.

 

11. 결론: 비트코인이 ‘국가 전략 자산’이 될 때, 자유는 어디로?

비트코인은 탄생부터 ‘탈중앙화’와 ‘검열 저항성’을 기치로 내걸었고, 그 혁신성 덕분에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주목과 지지를 받아왔다. 이제는 미국 같은 강대국이 적극적으로 뛰어들 정도로 비트코인의 위상은 커졌다. 트럼프가 이끄는 행정부가 추진하는 전략적 비트코인 비축(SBR) 정책은, 한편으로는 비트코인이 글로벌 금융 자산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그 본질이었던 자유가 훼손될 수 있다는 경고등이 켜진 것도 사실이다. 특히 전 세계 해시 파워를 미국이 한손에 쥐게 되면, 비트코인이 지닌 정치·사회·금융적 중립성이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역설적이게도, 비트코인을 ‘진정한 자유 화폐’로 만들었던 분산화와 검열 저항성은 국가 권력이 집중될수록 가장 먼저 공격받는 가치가 될 수 있다.

 

비트코인 사용자가 늘어나고, 제도권 진입이 본격화하면서 우리는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법과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주장과 “그 자체로 자유를 지켜야 한다”는 의지가 충돌한다. 분명 합리적 규제와 거래 안전성은 필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비트코인의 정신이 희생된다면, 그것은 과연 옳은 길일까?

 

결국 미래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비트코인을 단순히 ‘미래 화폐’나 ‘투기 자산’으로 보기보다, 자유를 지키는 수단이라는 측면도 재평가해야 한다. 트럼프가 내세운 전략적 비트코인 비축이 ‘가상자산의 혁신’과 ‘인류의 자유’를 동시에 지킬 수 있는 방향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단순한 국가 이익 추구와 검열 기제로 변질될지는 전 세계가 주시해야 할 문제다.

 

궁극적으로 비트코인은 기술이라기보다, 그 기술을 운용하는 사람들의 철학과 의지에 달려 있다. 우리가 어떤 미래를 원하느냐에 따라, 그리고 어떤 목소리를 내고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비트코인은 권력을 더욱 강화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고, 새로운 시대의 진정한 자유 화폐로 자리 잡을 수도 있다.

반응형